2016/10/22 12:08 2016/10/22 12:08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것이 좋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우두커니 한 곳을 응시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곳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었다.



세상을 건설 할 수도 있었고

이루지 못하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희미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때로는 잊혀진 옛애인을 만나기도 하였고

현실의 씁쓸함을 토로하기도 하였으며,

지금의 내모습에 대해 실망하기도, 다짐하기도 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뒤쳐지는 것만 같아서.

남들은 저만치 앞서가지만

나 혼자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만 같았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어본지 오래되었다.

올 한해는 많은 것을 기록해 보자며

큰맘먹고 산 다이어리는

10월이 넘어가는 지금

1사분기의 기록에서 멈춰버렸다.



생각이 가물어 가고 있었다

상상은 사라지고

내 세상도 작아지고 있었다.



사라져 버린 여유.

점점 소멸해가는 나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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