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는게 내 생활의 전부였다. 좋았다. 앉아 있다는 건 가끔은 휴식이 되기도 하고, 일터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글 쓰는 공간 겸 취미의 공간, 잠자리를 주기도 한다. 이따금 감옥 같다고 느끼는 때가 있기는 했었다. 죄인의 기분으로 앉아 있다보면 스스로 속죄했다고 생각이 들어서 더더욱 좋았다.
불안감이 극에 달하다 보니,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장 박동수는 항상 최고치를 향해 달리고 있을 듯하다, 잠을 자야 안정이 될 텐데, 잠조차 들지 않았으므로, 거의 24시간 엔진이 돌았다고 볼 수 있겠다. 자의에 의해 잠에 든 적은 거의 없었다. 눈이 감길 때 기절하듯 그렇게 잠이 든다. 그리 오래 잠을 자지는 못했다. 엎드려 자게 되면, 팔이 저려서 깨기도 했고, 다리를 꼬고 잠에 들 때는 갑자기 쥐가 나거나 아프거나 해서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잠을 잤다는 안도감보다는 잠을 견디지 못한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후회는 안 하기로 다짐해서 묻고 넘어가지만, 찝찝함은 조금 남아 있다. 하루를 꼬박 앉아있다보면 피가 밑으로 몰려 정강이뼈가 묻혀버리듯 다리가 퉁퉁 붓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피티 11번 쪼그려 뛰기가 제격이다. 쪼그려 뛰기를 하면서 반강제로 피를 순환시킨다. 갑자기 뛰면 현기증이 나는데, 피곤함이나 현기증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으므로, 그러려니 했다.
모든 의식주가 귀찮아졌다. 먹고 자는 행위가 귀찮아졌다. 숟가락을 드는 것, 목에 물을 축이는 것 조차 사치라고 느껴졌다. 배고픔은 그때뿐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허기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있길래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다만 술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누군가는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취해도 그만, 취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웠을 뿐이다. 내일을 맞이하는 그 변곡점의 순간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시계를 보고 자정에 가까워지면 병적으로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내일의 공포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내일이 아니면 되었다.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실 때는 늘 창밖을 바라보았다. 자정이 넘어가면 모든 신호등이 자신만의 의지를 잃고 노란색 불이 깜박거리는 그 순간이 좋았다. 일정하게 움직이는 게 메트로놈 마냥 심박수를 조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을 마시면서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하거나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는 의미는 내 스스로가 나를 향해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술을 마시면 나는 내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건 외로운 게 아니었다. 나를 정의 할 수 없으므로, 내가 외롭다는 논지는 성립될 수 없다. 고이 접어 나빌레라.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호접몽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알게 뭐람. 그렇게 날아만 가면 된다. 오늘은 오늘이면 충분하다. 오늘은 오늘로써 정리가 되고 그렇게 유지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게 새벽은 가고, 동이 틀 무렵 젠장이라는 말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것처럼 새벽은 잔인하기 그지없었고, 내가 보는 세상도, 세상이 나를 보는 시각도 아침에 뜨는 노을마냥 흐리멍덩해졌다. 신호등이 다시 돌아오고, 빨간불이 켜지게 되면, 그제야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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