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으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
햇살이 좋으면 두려움부터 들게 된다.
우연치 않은 행운이라도 마주하게 되면,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고통으로 두려워했다.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불안해 하는 이 모습이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넘기고는 했다.
아주 작은 가능성에도 환희에 찬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미래의 또 다른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스스로를 내쳐가며 질주했던 날들이 있었다.
때로는 간절했고, 때로는 절실했던 과거의 모든 일의 의식은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날이거나, 행복한 날일지라도,
언젠가 들이닥칠 고통의 시간을 맞이해야 하는 두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정확하게 오늘을 버텨냈던 그 지점까지만 내일도 돌아올 수 있으면 했다.
어떻게 지내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아무 일 없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답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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