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보다 더 행복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항상 기대해 왔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스로 앞에 마주한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일이었다.
아플때 마다 걸었고,
힘들때 마다 걸었으며,
보고 싶을때 마다 걸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의 내 모습,
그게 너무 싫었다.
힘들어 하는 것도,
고통스러워 하는 것도,
모두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복수 해야만 했다.
반드시 복수 해야만 했다.
당신보다 더 잘살고 있다고
보여주어야만 했다.
걸으면서 들었던 단 하나의 생각.
'지금 나는 당신보다 행복한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하고,
예전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상처는 아물고,
추억은 강물에 흘러 사라질 무렵,
꼭 말하고 싶었던 말.
'이제야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당신보다'
그렇게 기대하던,
그토록 말하고 싶었던 그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을 때,
나도 모르는 허무함이
나를 감싸고 돈다.
어쩌면 행복의 기준이
당신이 되어 버린 것을 깨닫은 것만 같아서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당신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아서
되려 희미하게나마 가지고 있던,
당신이라는 실마리를,
스스로 끊어버린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지독했던 아픔도,
그토록 부정했던 현실도,
앞으로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스스로 지키지 못할 약속들 까지도,
모든 것은 봉인된다.
가끔,
다만 아주 가끔,
쓰라린 가슴을 붙잡으며,
나 역시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노라,
그것으로 조금 더 살아 갈 수 있는
아픔을 간직 했노라 라며,
위안을 삼는 일만 남는다.
나에게 또 한번의 이별 프로세스는
그렇게 끝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