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by 파동과입자 ㆍ 2016/02/24 22:30
서른네살의 신입사원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한 가지는
회사에서 절대 이름을 불리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출근 시간을 너무 늦게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른 시간에 오지도 않았으며,
퇴근 때에도 가장 적당한 시간을 찾기위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큰소리로 인사하면 사람들에게 쉽게 보일 수 있으므로,
가벼운 목례만 하며, 무례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해야 했다.


말은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아야 했으며,
항상 긍정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예스맨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적당한 타이밍에서는
잠시 쉬어주는 모습도 필요했다.


너무 적극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이지도 말아야 하며,
버릇없게 보이지 않을 만큼 적당한 선의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야만 했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고 보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가 라며
나에 존재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사그라 들고 있었다.


나중에는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성마저 사라지고
스마트 폰의 인터넷 아이콘을 눌러
무엇을 읽는 지도 모르는 화면을 자꾸만 켜놓은채
무의식적으로 위로위로 스크롤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깨닫게 된다.


바탕화면에 오늘 해야할 일을 적어놓은 텍스트 파일 하나를
휴지통으로 드래그 해놓고
튀지 않기 위해 바꿔놓은 검정색 단색으로 된 바탕화면을 쳐다보며
눈을 껌벅.껌벅.이다가,
그렇게 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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