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아무렇지 않았다.
헤어진 다음 날,
이별임을 실감하지 못했다.
나는 슬퍼야만 했다.
나는 헤어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슬픔도 정당화될 수 있는
실연당한 비련의 주인공이었으니까.
세상속에 슬프다고 하는 노래란 노래는
모두 플레이어에 집어넣고
귓속으로 과다 투여했지만,
이것이 이별인지 깨닫지 못했다.
무덤덤한 마음.
무작정 산책길에 올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지금쯤, 그대는 몇 시를 사는지'
그다지 슬프지 않은 노래.
가벼운 산책과 같은 노래.
어디에 있는지가 아닌,
몇시를 사는지.
공간적인 관점에서
시간적인 관점으로의 전환.
너와 나의 시차.
그럼으로써 느껴지는
너와 나의 거리.
그제야,
그 노래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별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지금쯤, 그대는 몇 시에 살고 있나요?
BGM. Epitone Project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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