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가 다 지나고 나면
또다른 내가 될꺼라 믿었다.
타는 듯한 햇볕이 내리쬐던 계절의 중심에 서서,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지금의 이 고통이 나를 대변해 줄 것이었다. 조금만 더 견딘다면 보다 성숙해 있을 나의 모습을 기대했다.
이 정도면 충분했을 줄 알았다. 이 정도로 아팠으면, 이만큼 힘들었으면, 성장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라 믿어왔다.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얼마나 더 많은 계절이 지나야 그 기억들을 지워버릴 수 있을까.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정말,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더위가 다 지나고 나면, 또다른 내가 될꺼라 믿었다.
그렇게 또 한번의 계절은 지나갔다.
BGM. 초속5센치미터 OST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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