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1 23:48 2016/02/21 23:48
지하철에서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어느역에선가 허름한 정장을 입은 사람이 타는 것을 보았다.
별다른 것 없는 인상이라 무심코 넘어갈 수는 있었지만
왼쪽 가슴팍에 커다란 명찰이 차고 있었다.
처음에는 회사원인데 모르고 달고 있나보다 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했다.


검은 양복에 흰색으로 되어있는 명찰.
색의 대비때문인지 크게 눈에 띄였다.
선교하겠거니,
나한테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거니,
그저 그런 일상이려니 했다.


뒤를 따라서 노란색 머리의 외국인이
같은 명찰을 하고
사람들을 향해 쭈뼛쭈뼛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하는 말로 그는 말을 시작했지만
지하철의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냉냉하다.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그는 더욱 두려웠을 것이다.


외국인이라는 생소함을 선교사라는 인식으로 바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교라는 너무도 익숙한 현실 앞에,
드문드문 앉아 휑하기만 했던 지하철 안의 냉기는
차갑기만 했다.


더듬더듬.
한 두마디씩 읊어가던 그 선교사는
마침내 사색이 된 얼굴을 하고,
할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채
주저 앉아버린다.


차라리 욕먹을꺼 각오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떳떳했으면 어땠을까.
이왕 이렇게 된것
자신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냥 그 순간에 떳떳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비록 원하는 결과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중간에 포기한 선교사라는 꼬리표는 떼지 않았을까.


늘 숨어버리는 내 자신을 반성한다.
두려움의 순간에서
항상 도망치기만 한 과거의 내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가슴 한켠이 아련하기만 하다.


일류 인생만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덤덤히 맞서는 것.
그것 아닐까.
prev | 1 ... 47 48 49 50 51 52 53 54 | next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KHISM RSS T15 Y21 T10507